다큐멘터리로 보는 예능을

 버라이어티 다큐멘터리를 받는 사람, 웃자고 덤벼드는 사람, 농담에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되묻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나야.

어제는 넷플릭스에서 100명, 인간을 말하다라는 콘텐츠를 봤다. 정확하게 보다가 말았어. 난 다큐멘터리를 기대했는데 그냥 믹버라이어티였어. 분명 장르에 과학&자연다큐, 사회&문화다큐멘터리라고 적혀 있는데 말이다.

부제는 나 자신에 대한 궁금증 해결!이다. 난 정말 EBS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기대했는데 실제로 보니 KBS <스펀지>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래도 <스펀지>는 재미이기도 한 것 같은데. 이건 대상 시청자를 누구로 봤을까? 처음 사회자가 “노벨상이여, 기다려라”를 외쳤을 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정말 기대했다. 그런데 1화를 물음표 잔뜩 본 후, 어색한 마음에 2화를 계속해 보고…그저 웃자고 만든 리얼리티 실험쇼인 것을 눈치채고는 본 적이 없다. 중요한 건 웃기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100인, 인간을 말하다’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성별, 연령, 출신이 다양하게 구성된 100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1화 주제는 매력이란?이다. 무엇이 인간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고 한다.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까

첫 장면은 100명을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한 뒤 그들에게 주위 사람들을 보고자기의 외모가 하위 50%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리에서 나가라고 한다. 갑자기 왜 불평을 하라는 거야? 어쨌든 그것을 다시 한 번 반복한다. 그리고 ‘50%라면 반쯤 나가는 것이 맞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남아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외모로 순위를 매겨서 반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그게 객관적이라는 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어. 남들은 자기 자신의 외모를 객관적이지 않고 후하게 평가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굳이 그런 얘기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뭘 어쨌다는 건지 그렇게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난다. 단지 서로 얼굴을 내밀기 위해 만든 쇼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교복을 입은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는 배우를 고용해 각자 교복 사복을 입고 서로 다른 상대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했을 때의 호감도를 측정한다.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험결과는 신경쓰이지 않았다. 비록 겉모습이더라도,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교복이 그 사람의 소속을 보여주는데, 나름대로 공신력(?)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결과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다지 의미 있는 결론도 아니었던 것 같다. 덧붙여 말하면 제복이 경찰관 유니폼일 때에 비해 슈퍼 유니폼의 매력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는 결과가 나와 결국 경제적 능력이 더 호감도를 높인다는 식이다. 겨우 그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실험을 하는 것인가…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은 감옥에 갈 일이 별로 없느냐는 질문에는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가정했을 때 각각 너무 매력적이고 더 매력적인 사람의 사진을 보여 형량을 부과한다. 무엇을 보여줄지 너무 뻔해서 볼 필요도 없다고 느꼈다. 매력적이지 않은 범죄자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형량을 강하게 주장하고, 더 매력적인 범죄자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동정적으로 형량을 줄이려 한다. 결론은 아름다우면 감옥에 가지 않는다. 그걸로 끝 아 그래? 뭐야 이거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을 지적하고 싶었던 거야? 원래의 의도는 그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결론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주제라고 생각하는데 법대 교수가 나와서 사회자와 나누는 대화와 코멘트도 그냥 장난스럽다.

유머러스한 사람이 더 매력적인가?라는 질문에는 개그맨이 두 그룹을 상대로 같은 이야기를 각각 지루하게 유머러스하게 만든 뒤 사람들의 호감도를 조사한다. 아니, 이건 당연하지 않나 이런 걸 실험이라고 하는 건가 싶었어결론도 뻔해.

그리고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 6명의 얼굴 사진을 번갈아 보여준 뒤 어떤 얼굴에 매력을 느낄지 골라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 뽑았지?” 그럴 줄 알았어 왜냐하면 이 사람 얼굴을 남들보다 가장 오래 노출시켰거든 이게 바로 친숙함이라는 효과야. 자세히 보면 더 매력을 느끼겠지’라는 식으로 말하며 결론을 내리지만, 나는 그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다.

사람은 춤 잘 추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그렇다면 생식능력이 더 좋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는 남자 10명에게 댄스 배틀을 시켜 정자 수를 측정한다. 근데 ‘생식능력=정자 수’인가? 잘 모르겠지만 이미 그렇다고 가정하고 진행하는 실험이어서 그냥 보긴 했는데… 아니 근데 이런 거 알아서 어떡해 댄스배틀에서도 재밌을줄 알았는데 그냥 안구 테러!! 앗! 마이 아이즈! 몸부림치는 남자 10명의 정액을 받아 실험하는 프로그램을 두고 “자기자신에 대한 의문, 해결!”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다큐멘터리 아니었어? 어색한 마음으로 2회를 틀었다. 2회는 인생 최고의 해 100명을 20대에서 60대까지 그룹으로 나눈 뒤 다양한 실험을 한다. 과연 인생 최고의 나이는 언제일까 (궁금하지 않음)

첫 번째 실험은 누가 점핑잭을 길게 하는가 나이가 들수록 신체 노화는 당연하지만 이런 체력 테스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대보다 ‘점핑 잭’을 길게 하는 60대가 있다고 해도 그건 개인차일 뿐인데. 그저 시시한 실험…

다음은 협동능력 테스트. 모여서 이케아 의자를 조립하는데, 한 사람만 매뉴얼을 볼 수 있고 말로 조립하는 방법을 설명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너무 심심해지기 시작했어 각 연령대의 미국인 대여섯 명이 그 세대 전체를 대표할까. 당연히 아니지. 모수가 너무 적어서 신빙성이 없으니 당연히 흥미도 떨어졌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결론이 나면 말만 적당히 하면 되는 거잖아. 그래서 여기까지 보고 껐어.

감상 끝 다른 거 찾아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