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레스트 검프’ 리뷰 – 인생은 초콜릿 박스

 영화 포레스트 검프 1994년 개봉작. 이미 두세 번 본 영화인데도 ebs로 방영돼 다시 보게 됐다. 그런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메시지가 보인다. 영화는 봤느냐, 못 봤느냐보다 얼마나 이해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 세상은 알면 알수록 보인다. 세상을 알고 어느 순간 멈춰야 하는 게 인생이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지능지수(IQ) 75에 등뼈가 물음표처럼 휘어져 걷기조차 서툰 주인공의 이름이자 그의 성장과정을 그린 영화 제목이다. 영화가 방영되는 도중에 1950, 70년대 미국의 대형 사건장면과 미국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 익은 지리적 풍경이 삽입되어 있다. 어쩌면 얼빠진 포레스트 검프도 영웅이 되는, 미국식 나라의 폰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 암살 등 정치적 사건, 베트남 참전과 반전 시위, 다양한 인종차별 장면 등이 이어질 것이며 다양한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나는 그런 사회적 메시지보다 개인 생활에 비중을 둔다.

#포레스트 검프와 제니의 성장 배경 차이

영화의 무대는 미국 앨라배마주.미국 동남부의 농촌 중심지역이다. 흑인차별이 가장 길고 심했던 지역이다. 다리 교정기를 착용한 상대적으로 낮은 지능의 포레스트 검프가 (아무리 백인이더라도) 존중받는 것은 원래 나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레스트라는 이름은 악랄하기로 소문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모임인 KK단의 설립자 이름에서 어머니가 따왔다고 한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바람인가, 반전인가.

영화 초기에는 포레스트 검프 어머니의 교육 방법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검프의 어머니는 영리하고 탄탄한 모습의 캐릭터로 묘사됐다. 엄마는 일관되게 포레스트에게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어린 아들에게 ‘남에게 네 앞에서 잘난 척 하지 마라’ ‘넌 남이나 마찬가지야.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식이다. 포레스트 검프의 초등학교 입학을 거절하는 교장이 어머니를 조건부로 유혹해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장면이 있다. 교장의 약자를 폭로한다기보다는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 같은 교육을 시키고 싶은 어머니의 고육책임을 전하고 싶어서다. 그래서인지 포레스트 검프는 차별과 조롱에 얼굴을 내밀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다.

자신이 어렸을 때 살던 집에 화를 내며 돌을 던지는 제니지만, 포레스트의 생애 유일한 여성 제니는 포레스트의 표현대로 항상 몸을 만지고 키스해 주는 주정뱅이 아빠 때문에 집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신은 경찰에 명령해 제니가 그 집에 살지 못하게 했다고 말하지만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제니의 삶을 지배한 것 같다.

존 바에즈(반전 포크 가수)처럼 가수가 되고 싶은 제니는 히피 문화사회에 파고들면서 평생 피폐한 삶을 살게 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 랑 포레스트 랑!

동네에서 온갖 왕따를 당하지만 마냥 피하려고 달려간다. 그러다가 남보다 잘 달리는 재능을 발견하고 또 달린다. 뛰는 재주 하나로 미식축구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나중에 제니가 집을 떠났을 때도 3년여를 달린다. 포레스트의 경우 뛰는 동안 일은 저절로 풀렸다.

#단 중위

단 중위는 군인 가족 출신. 미국 독립전쟁 이후 전쟁이 날 때마다 선조들이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했다고 한다. 그는 잠자코 있던 포레스트의 멱살을 잡고 절규한다. 사람에게는 운명이란 게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일어나는 일은 없어. 다 예정되어 있던 일의 일부야. 나는 소대원들과 전쟁터에서 죽었어야 했다.

그는 전역하고도 불구자라 비관하여 주정뱅이로 지내고 있다. 운명론을 굳게 믿으면 믿는 대로 된다는 것을 증명하듯.
운명론을 믿으려면 긍정적인 측면에서 믿어야 한다. 그래야 삶의 건강을 잃을 수 있다.(하지만 긍정적 운명론이 있나?) 댄은 포레스트의 새우잡이 배를 탈 때까지 어둠에 갇혀 산다.
#새우튀김 후라이

포레스트 새우 다지기는 입대 동기인 바바와의 인연에서 시작된다. 포레스트는 입대 장병 수송버스에서 바바를 만난다. 스쿨버스를 탈 때 제니가 그랬던 것처럼 옆자리를 허락한 친구다. 고향 바다에서 새우잡이를 하다가 혹시 새우잡이 배를 살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입대한 친구. 제대 후 함께 배를 사서 새우낚시를 하자고 약속한 사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죽다

우직한 포레스트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우낚시배를 사들인다. 심지어 바버 가족까지도 기가 막혔다. 수익이 올라갈 사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새우 잡이는 언제나 헛수고다. 그런 가운데 포레스트와 댄은 폭풍우에도 새우를 잡으러 출항한다. 폭풍은 항구에 집중적인 피해를 주고 바다로 나간 포레스트의 배는 우연히 폭풍을 피하게 된다. 항구에 피신 중이던 새우잡이 배 모두가 피해를 입었고, 이때부터 포레스트는 새우잡이 독점.

새우 굳히기로 번 돈을 댄 중위가 투자했는데, 포레스트는 댄이 투자한 회사를 과일 회사라고 생각한다. 화면에는 「애플」의 로고가 표시되고 있다. 억만장자가 되었다는 뜻 새우 잡이, 애플 투자… 댄의 운명론을 비웃는 사례가 이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엄마의 죽음

“죽음도 인생의 일부” “인생이란 한 상자의 초콜릿과 같다”고 한다.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명대사를 던지며 어머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는 운명론보다는 삶의 우발성에 무게를 둔다.

#포레스트의 아들
제니의 집에 간 포레스트는 제니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제니에게 자기 아들이라는 말을 듣는다.

포레스트는 뒤로 물러서서 당황하고 있다. 그리고 울먹이는 질문. 쟤 똑똑해? 아니면 나처럼.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관객은 영화 상영 중 의연한 포레스트를 보면서 자아성찰의 지능도 낮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한두 번은 괴로움을 언뜻 보이긴 하지만 무심코 흘려듣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는그는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으며, 아이도 자신처럼 고통을 당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니는 포레스트와 결혼하고 곧 죽는다. 황폐한 삶이 빠른 죽음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포레스트는 제니의 무덤 앞에서 리틀 포레스트와의 일을 낱낱이 일러준다. 책도 읽어주고, 같이 탁구도 치고, 낚시도 같이 하고… 바람직한 양육 방식이란 말이겠지.

마지막 장면 리틀 포레스트가 등교 도중 스쿨버스를 타려 하자 포레스트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응수한다. 마치 부정적 금지어보다 긍정적 메시지가 교육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아는 듯하다.
포레스트 검프는 장애 인종 이념 등 차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비록 차별주의는 반대하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치 않다. 영화는 차별에 저항하기보다 자신의 길을 가는 데 집중하라는 것 같다.
최근의 철학은 운명론보다는 우발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발성이나 우연한 만남을 인생의 초콜릿 상자라고 믿는다면 인생은 훨씬 자유롭고 활기차다. 더 나은 삶은 더 많은 만남에서 오는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할 때 카메라가 하늘거리는 한 장의 날개를 쫓는다. 영화 마지막에 다시 나타난 깃털은 공중을 헤매다 카메라에 날아든다. 관객에게 다가간 것이다. 날개를 잡을지는 관객의 손에 달렸다.